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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 008 셰리 기획전 <셰리 캐스크와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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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관리자
22.10.07 조회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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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와 셰리 캐스크에 대하여>


위스키를 순식간에 팔리게 하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면, 바로 ‘셰리’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요즘 '셰리 위스키' 아니, ‘셰리 캐스크 위스키’는 정말 불티나게 팔리고 있죠. 약간 과장 보태서 위스키 애호가라면 술장에 무조건 있어야 하는 위스키가 되어버린 느낌일 정도로 주류업계에서 핫한 아이템입니다. 몇몇 제품은 응모권을 통해서 아니라면 구하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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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위크스 숙성 위스키로 유명한 셰리 명가, 맥켈란 


그렇다면 왜 위스키에 '셰리'라는 단어가 붙으면 인기가 많아질까요? 도대체 셰리 위스키는 어떤 위스키일까요? 그리고 이 셰리는 어떤 마법을 위스키에 불어넣길래, 위스키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까요? 


이번 DM에서는 요즈음 위스키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셰리 캐스크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셰리 캐스크 위스키가 사실은 ‘진짜’ 셰리 캐스크 위스키가 아니라는 얘기도 있던데,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궁금하시죠?


그렇다면 우리 함께 달콤하고 화사한 셰리 풍미가 풀풀 나는 오크통 속을 파헤쳐볼까요? 지금 바로 출발~!





<와인? 위스키? All About 셰리 위스키>


그래서 셰리가 뭔데?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은 '셰리'가 무엇인지겠죠.


셰리는 간단히 말해서, 와인입니다. 와인 중에서도, 주정 강화 와인이라고 불리는 종류 중 하나예요. 주정 강화 와인은 와인에 추가적인 주정(ex. 브랜디)을 섞어 도수를 높인 와인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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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와인은 도수가 10~12도 사이이지만주정 강화 와인은 15~20도 정도죠높은 도수 덕분에 더 좋은 보존성을 가지고 있어요. 개봉 후 냉장 보관만 해두면 3주는 맛이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요주정 강화 와인은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만들어지는데셰리 와인포트 와인마데이라 와인베르무트 등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지는데?


이 중 셰리 와인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 위치한 ‘셰리 삼각지’에서 청포도로 만들어지는 주정 강화 와인입니다. (적포도로 만들어진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요, 청포도라는 점! 잊지 말아 주세요~) 셰리 삼각지의 토양과 기후는 포도를 키우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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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을 잘 흡수하는 토지와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 매우 더운 여름과 같은 환경은 팔로미노, 페드로 히메네즈 등 셰리 와인을 만드는데 많이 쓰이는 품종의 포도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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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확과 건조


9월이 되면 포도를 수확합니다. 주로 수확되는 품종은 팔로미노 포도와 페드로 히메네즈 포도인데, 팔로미노는 햇빛을 적게 받도록 서둘러 수확하지만, 페드로 히메네즈 포도는 햇빛을 많이 받게 하기 위해 일광건조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포도는 거의 건포도 정도의 상태까지 졸아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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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건조 중인 포도


2. 압착


이후 분쇄기로 포도의 껍질과 과일, 씨앗을 제거하고, 압착기에 넣어 즙을 짜냅니다. 효모를 이용해 숙성(효모 숙성)할 와인인지, 효모를 제거하고 숙성(산화 숙성)할 와인인지에 따라 압착의 강도도 달라져요. 강하게 압착한 포도즙으로는 ‘올로로소 셰리’를, 약하게 압착한 포도즙으로는 ‘피노 셰리’나 ‘만자니야 셰리’를 만들죠. 



3. 발효와 숙성


이후 효모를 넣어 숙성시키면서 와인의 모습을 갖추게 돼요. 주정 강화를 하기 전 단계의 이 와인을 ‘베이스 와인’이라고 부르죠. 베이스 와인을 숙성하는 오크통 안에서는 효모 층인 ‘플로르’가 형성되어 술 위에 둥둥 떠다니는데, 이는 산소와의 접촉을 막아 산화 숙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래 ‘화이트 와인’이었던 셰리는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색이 붉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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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르: 와인을 발효한 후 생기는, 와인 위에 떠 있는 효모 층



4. 주정 강화 


베이스 와인에 브랜디와 같은 주정을 섞어 주정 강화를 하고, 2년간 솔레라 시스템에서 숙성하면 마침내! ‘셰리 와인’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도수가 15%가 될 때까지 강화하면 플로르를 제외한 미생물들이 사멸하고, 17%가 되면 플로르마저 죽죠. 그래서 효모 숙성을 하는 피노나 만자니야 셰리는 15%까지 도수를 강화하고, 산화 숙성을 하는 올로로소 셰리는 17%까지 도수를 강화합니다.



틈새 지식! 


  • 효모 숙성(생물학적 숙성)와인 위에 ‘플로르’라는 효모 층이 와인과 공기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음플로르 층을 이루는 효모와인 내부에 있는 요소들만으로 숙성이 이루어짐.

  • 산화 숙성와인 위의 플로르 층이 없기 때문에 와인과 공기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의 숙성와인과 공기의 상호작용을 통해 숙성이 이루어짐.


솔레라 숙성


이렇게 만들어진 셰리 와인을 셰리 양조장에서는 '솔레라'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숙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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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라는 일종의 블렌딩 방식으로, 같은 크기의 통을 여러 층으로 쌓아 숙성하는 방식이에요. 맨 위층의 오크통에 숙성 기간이 가장 짧은 와인이 들어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숙성 기간이 긴 와인이 들어 있습니다. 제일 하단에 위치한 캐스크로부터 술을 빼서 병입하고, 그 뺀 만큼을 그 위층에서 충당해, 결국 맨 위층에 새로운 와인을 채워 넣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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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위스키 캐스크 판매에서 세계 경매 신기록을 세운

맥켈란 증류소의 30년 된 위스키 셰리 호그스헤드 캐스크


셰리 와인 숙성에 사용된 이 캐스크들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비워지는 일이 없습니다. 캐스크 1개를 100년 가까이 쓰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셰리 와인을 맛있게 만들려면 나무의 쨍한 탄닌 성분이 적은 오크통을 사용해야 하므로, 셰리 양조장에서는 오크통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선호하죠. 극히 드문 확률로 이런 캐스크가 유통되기도 하는데, 정말 엄청난, 엄청난! 금액에 거래된답니다.


그런데, 과연 모든 셰리 위스키 숙성을 할 때 이 솔레라 시스템에서 사용된 찐 셰리 와인 숙성 캐스크를 사용한 걸까요?





그럼 셰리 위스키는 어떻게 만드는 거야?


그렇다면 셰리 캐스크 위스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요?


셰리 캐스크 위스키의 탄생은 셰리 와인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가 막힌 우연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ㅎㅎ 19세기 후반까지는 셰리 와인을 수출할 때 스페인에 있는 양조장에서 숙성한 셰리 와인의 원액을 운송용 참나무 캐스크에 담아 운송했어요. 운송된 셰리 와인은 영국에서 병입되어 판매되었고, 빈 통들은 자연스럽게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들이 가져다가 숙성용으로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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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rry casks arrving from bodegas Sandeman.

London, 1961


그러나 19세기 후반, 점차 운송 기술과 병입 기술이 발달하며 셰리 와인을 병에 담아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셰리를 캐스크에 담아 운송하지 않게 된 것이죠. 거기에 더불어, 1980년대에 스페인은 셰리 와인은 반드시 스페인에서 병입까지 완료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냅니다.


운송되는 몇 개월 동안 운송용 캐스크에 자연스레 셰리 와인이 배었었는데, 이 기회가 없어진 것이죠. ㅠ~ㅠ





그렇다면..? 팍사레트!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들은 셰리 캐스크를 대체할 방법을 궁리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셰리 농축액을 오크통에 입혀 숙성하는 ‘팍사레트’라는 방식이었어요. 달콤하고 끈적한 셰리 와인에 설탕 등을 같이 끓여 졸여내고, 이를 오크통 내부에 바른 뒤 압력을 가해 나무에 배어들게 한 거죠. 그러나 이 방식 또한 얼마 안 가 불법 첨가물이라는 논란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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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화된 팍사레트





해결책 등장! 셰리 시즌드 캐스크


셰리 시즌드 캐스크는 말 그대로 셰리를 시즈닝 한, 셰리를 묻혀내 양념한 오크통입니다. 바로 현재의 증류소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죠. 


맥캘란을 필두로 한 증류소들이 스페인의 오크통 제작소에 의뢰를 맡기고, 제작된 오크통을 셰리 양조장으로 보냅니다. 양조장에서는 이 오크통에 올로로소, 페드로 히메네즈 같은 셰리 와인을 1~2년 정도만 숙성시키고, 이를 스코틀랜드에 보내요. 오크통에 숙성되는 셰리 와인 자체도 오래 숙성된 양질의 제품이 아니라 ‘셰리’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 2년 정도만 숙성된 저 숙성 셰리 와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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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캘란의 쿠퍼리지(오크통 제작소)



PX나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를 사용한 위스키는 많지만아몬티야도 셰리 캐스크를 사용한 위스키가 많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아몬티야도 셰리는 피노 셰리를 6년 이상 숙성시킨 뒤 주정을 더 강화해 추가 숙성하는데그렇게 되면 10년 이상 숙성된 와인을 사용해야 하므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거든요...





오늘날의 셰리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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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숙성의 셰리를 짧은 기간만 사용한다고 해도, 이 와인이 위스키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주 크답니다!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오크통에 배어들면서, 오크통이 흡수하는 셰리 와인의 양은 무려 10리터 가까이 되거든요. 게다가 셰리 와인이 오크통 내부의 씁쓸한 맛을 내는 탄닌 등의 성분을 가져가 주고, 황 등의 성분도 없애 줘요. 이 덕에 와인의 풍미가 위스키에 잘 스며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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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셰리 와인 캐스크에 숙성된 위스키는 건과일, 견과류, 꽃과 같은 달콤하고 향기로운 풍미를 가져요. 셰리 캐스크의 질이 좋으면 좋을수록 향기로운 풍미가 더 강해지기 때문에, 수많은 위스키 증류소들이 질 좋은 셰리 캐스크를 구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죠. 셰리 시즈닝, 더 작은 캐스크의 사용, 캐스크의 재생 기술 등이 더 질 좋은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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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사실 진짜로 ‘셰리가 숙성되었던 캐스크’는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셈이고, 존재하더라도 굉장히 비싸서 구하기 어려워요. 셰리 ‘운송용’ 캐스크는 품질 좋은 셰리 와인을 담아두었던 캐스크이지만, 이미 1980년대에 대가 끊겼죠. 


그래서 현재 우리가 마시는, 위스키를 숙성하는 셰리 시즌드 캐스크는 음용 목적이 아니라 법적 최소 숙성연수만 채운 저 숙성 셰리를 1~2년간 숙성한 캐스크입니다. 그렇지만 셰리 캐스크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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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셰리 캐스크는 어떤 길을 거쳐 왔는지를 같이 알아보니 왠지 셰리 위스키가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ㅎㅎ 이 기회에 셰리 와인도 같이 마셔 본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셰리 와인과 셰리 위스키, 둘의 맛을 비교해보며 마셔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겠네요.


이번 DM이 셰리 위스키에 대해 궁금증을 품으셨던 분들께 유익하고 재미있었길 바라며, 


우리는 다음에 또 재미있는 술 이야기로 만나요.

그럼 이만 안녕, 다음 주에 또 DM 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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